개인화 시대, 몸과 상징이 돌아오는 이유
고유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결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대사회에 들어 삶은 개인화되었다. 송길영 씨가 저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도 이야기했듯 우리의 삶은 더욱 개인화되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구분점이 달라지고, 그 시작과 완수 시점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농사를 중심으로 비슷한 리듬을 공유하며 살던 사회에서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사회로,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 중심으로 넘어왔다. 지금 AI의 발전은 핵가족을 넘어서 핵개인으로 가는 과정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이 개인화된 시대의 화두는 ’연결성’이다. 농업사회에서는 절기라는 우주의 흐름을 읽으며 농사라는 공동체 활동을 하며 살았다. 연결감은 노동의 과정에서, 관혼상제와 세시풍속 속에서 자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산업사회에서는 이 연결감은 흐려졌지만, 학생-직장인-결혼 등으로 이어지는 비슷한 인생의 흐름 속에서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학교에 가는 것, 직장에 가는 것, 결혼을 하는 것 모두 개개인의 선택으로 넘어오고, 세시풍속의 역할은 페스티벌이나 커뮤니티 행사 등으로 위임되었다. 이렇게 삶이 개인화되었다는 것은 각 삶이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와 순서, 형태가 모두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길잡이로 삼을 만한 대상을 외부에서 찾기란 쉽지 않으며, 고유함이 외로움이 되기 쉽다.
고유함이 외로움의 감옥이 되지 않고, 온전한 자유가 되기 위해서는 고유함이 필연적으로 지니는 고독함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고독함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결감이다. 고유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결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시대에는, 개인의 특수한 경험을 더 큰 이야기 틀 안에 놓아주는 메타적인 장치(신화, 의례와 같은 원형과 상징)와, 언어나 상황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통하는 보편적인 장치(누구나 가지고 있는 신체와 감각)가 필요하다. 몸의 감각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소마틱스로, 원형과 상징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샤머니즘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예전엔 마을과 세시풍속이 저절로 마련해주던 연결은 이제 의식적으로 다시 짜야 하기에 커뮤니티가 함께 떠오르고 있다.
몸의 감각과 연결되는 것은 자신의 고유함을 감각하고 수용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신화가 담아온 원형적 서사를 의례를 통해 몸으로 재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서사는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오래 나누어온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연결감을 만들어 낸다.
핵개인의 시대가 외부의 길잡이 대신 요구하는 것은 결국, 더 커진 자유와 그로 인한 고독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연대와 연결이다.